청제초이 작업노트
나는 밤의 시간 속에서 가장 예민하고 또렷한 감각을 경험한다. 외부는 조용하지만, 내면은 끊임없이 진동한다. 미세한 움직임과 긴장이 흐르며, 감정의 결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나는 그러한 긴장 속에서 밀도 높은 순간들을 포착해 화면 위에 담고자 했다. 절제된 화면 속에서 조용히 변주되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에게 깊이 몰입하게 된다.
풍경을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일이 아니다. 나는 장면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지닌 결,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나를 함께 담아내려 한다. 풍경은 내 감각과 시선, 그리고 태도가 깃든 장으로, 결과적으로 나 자신을 드러내는 구조가 된다. 같은 장소라 해도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매 순간의 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변화의 결을 시각적으로 따라가며, 움직이는 감각을 기록한다.
이러한 흐름은 ‘달 시리즈’로 이어졌다. 10년에 걸친 이 작업 속에서, 나는 달이라는 존재를 매개로 시기별 내 감정의 층위를 관찰해왔다. 달은 위로이자 질문이었고, 밤이라는 시간의 밀도를 드러내는 시각적 장치였다. 화면 속 달은 풍경을 구성하는 기점이며, 전체 화면의 리듬과 질서를 잡아주는 중심축으로서 균형을 이끌어낸다.
나는 풍경 속에서 마주한 하나의 피사체에 집중한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평범한 사물일지라도, 나에게는 특별한 감각과 기억을 일으키는 매개가 된다. 자연이나 정물 같은 대상들은 나와 관계를 맺으며, 나만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작업을 통해 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거기서 나만의 규칙과 철학이 태어난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도 나는 그런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작업을 이어간다.
피사체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정서와 이야기를 불러온다. 사진 한 장 속 피사체도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무한한 감정의 층을 만들어내듯, 나의 화면 역시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작업에는 시간이라는 흐름이 드러난다. 글레이징 기법으로 얇게 쌓아 올린 물감의 층들은 시간의 밀도와 변화의 흔적을 품고, 그렇게 축적된 층위는 화면에 깊이를 더한다. 이 축적의 과정은 작업의 변화이자,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변모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DUCATION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선화예술고등학교 서양화 졸업
EXHIBITIONS
2024 돌담갤러리 2인전
2015 신상 갤러리 화랑미술제 단체전
2014 카우지 연합전시 (SETEC)